재일조선인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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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행동경제학·통계학] 경제학과 통계를 통해 본질에 접근하고 싶다 - 어금니를 드러낸 “경제”를 바라보며

작성자 몽당연필
작성일 19-12-13 17:03 | 553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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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과 통계를 통해 본질에 접근하고 싶다 - 어금니를 드러낸 “경제”를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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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사회 경제적 지위의 실태

지금까지 경제학에서는 <사람들은 합리적이다>라는 현실적으로 다소 무리한 전제하에 연구가 진행되어 왔습니다. 저의 전문인 「행동경제학」은 인지심리학과 뇌 과학, 사회학 등 이()분야의 첨단연구와 학문적 교류를 통해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행동의 배후에 숨은 인간적 특성과 행동의 본질을 해명하는 실증적 증거나 이론적 구조를 제시하면서 최근 20~30년 사이에 급속히 발전해 왔습니다.

대학원 박사후기 과정부터 이 분야의 연구를 시작해 일정한 성과를 냈습니다. 예를 들어 집필한 논문 몇 편이 동료연구자들의 평가를 첨부해 영문논문지에 게재되어 Springe(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학술출판사 가운데 하나)에서 공저 출간돼 같은 분야의 논문집에도 일본에서 나온 대표적인 행동경제학연구의 하나로서 실렸습니다. 지금도 본업으로서 행동경제학 연구를 계속하면서 몇 가지 공동연구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재일동포 연구자로서 동포사회 경제적 지위에 관한 통계적 실태파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동포사회 경제적 지위의 변천에 관해 일본인 데이터와 대비하는 형태로 통계적 사실을 수집하고 있습니다. 또 동포사회의 실상을 알기 위해 몇 가지 설문조사에도 참여해 왔습니다.

이러한 연구영역에서는 동포 상공인의 감소, 동포 노동자의 고용자화, 높은 실업율과 비정규 직 고용률, 일본인과의 소득격차 존재, 동포 여성만의 노동문제 등 몇몇 통계적 증거를 제시해왔습니다. 이 연구결과는 본지(이어)와 조선신보, 조선상공신문 등 재일동포 관련 미디어와 논문지에서 게재해 주셨습니다.

미흡하나마 대략적으로 저의 연구스타일을 정리하자면 국제적 기준을 기반으로 한 경제학연구를 축으로 하면서 동시 진행적 라이프워크로 재일동포의 실태파악을 실시한 것입니다. 여기에 공통되는 것은 <경제학과 통계방법을 주축으로 한 사회과학의 학술적 시점에서 인간과 그 집합체인 사회·경제의 본질에 접근하고 싶다>는 학술적인 동기부여와 <민족과 동포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처방전을 어떻게든 찾아내고 싶다>는 실천적인 절박감입니다.

 

인간·경제·사회에 대한 관심

제가 민족교육을 받은 16년 동안은 일본의 경제적 격동기를 체험한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헤이세이(平成) 버블’이 가져온 경제적 활황과 그 무참한 붕괴, 현재까지 이어지는 장기적 매크로 경제부진은 선대들이 쌓아온 동포사회의 무수한 부를 빼앗고 소소한 행복을 짓밟았습니다. 동포들이나 졸업생들의 심정과 인생이 담겨있는 초급학교가 휴교상황에 빠지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의 손으로 운영해 왔을 경제현상이라는 것이 또 다시 어금니를 드러냈을 때의 공포를 직접 체험했습니다. 19세기 사회과학의 거인 칼 마르크스가 경제적 여러 관계를 가리켜 사회와 역사운동의 ‘토대’라 칭했습니다만 위에서 쓴 것처럼 학생시기의 힘든 경험이 사회 제반문제의 근원인 <토대=경제>의 정체와 본질을 해명하는 길로 저를 필연적으로 걷게 만들었습니다. 경제학은 저에게 있어 모든 인류의 손으로 만들어 낸 <경제>라는 미해명의 운동체를 이해하고 그것을 올바로 컨트롤 하는 기술을 손에 넣는 유일무이한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성장과정에서 동포커뮤니티에 종사하는 많은 분들의 따듯함을 접한 경험은 <사람>과 그들의 운영으로 만들어지는 <사회>에 대한 강한 관심으로 이어졌습니다. 이기적인 부분과 이타적인 부분을 함께 지니고 있고 합리적으로도 비합리적으로도 보이는 일상의 결의와 행동 속에서 고뇌하면서 사회와 생활을 지키고 발전시키고자 한 동포들의 모습이 인간행동과 사회와의 상호관계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고자 한 행동경제학 연구로 필자를 인도해 주었습니다.

 

실증주의적 시점의 곤란성

어떤 행동적·정책적 결론을 이끌어내려 할 때 애매한 근거나 편견, ‘그러길 바라는/그래야만 한다’는 신념과 희망은 냉정한 사고를 왜곡하고 잘못된 판단으로 사람들을 유도하고 맙니다. 경제학은 통계이론에 뒷받침 된 실증적 방법을 이용함으로써 주관이나 편견을 배제한 객관적 근거를 바탕으로 진리에 접근하고자 하는 상당히 Stoic한 학문입니다. 필자 자신도 연구나 고찰을 진행할 때는 반드시 데이터를 근거로 해 증거를 중시하는 입장을 관철하려고 합니다.

국가의 정책결정과 재정지출 등을 판단할 때 그 효과에 대한 통계적 증거를 중시하는 「EBPM(Evidence-Based Policy Making: 증거를 바탕으로 한 정책입안)이라는 사고방식이 세계적으로 급속히 보급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은 정부의 자원 재분배 효율을 높이는 이점도 있지만 소수자에 대한 데이터나 분석이 결핍된 일본에서는 정책중점과 자원분배가 다수자 쪽에 한층 더 편향되기 쉽다는, 우리에게는 상당히 엄혹한 풍조를 만들어 나가는 것 같습니다.

원래 소수자나 특별영주자에 대한 보장은 인권기준이나 과거 식민지정책에 대한 역사적 도의성 문제이지 실증적 의의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일본사회의 보수우경화가 이렇게까지 진행되어 버리면 권리나 도의만으로 정부를 움직이게 한다거나 주장의 근거와 정당성을 제시해 찬동하는 이들을 고무시키는 일이 어려워집니다.

이 점을 극복하기 위해 동포사회에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의 증거를 제시하려 할 때 부딪히는 난제는 데이터의 결정적 부족입니다. 구 종주국의 권력구조 왜곡으로 일본당국 스스로 그러한 조사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모습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한편 우리가 직접 분석해 뒷받침 할 수 있는 데이터를 수집하려고 하면 막대한 비용과 노력이 들고 맙니다. 또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 해도 다음은 스스로의 내부사정을 드러냄으로써 활동에 대한 폐해도 경계해야만 합니다. 이처럼 다양한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면서 바짝 엎드려서라도 실증적 증거를 축적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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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나 백화점에 진열하는 금속물을 제조하고 있는 오사카부 히가시오사카시의 제조업 현장(2016). 현장의 목소리가 연구에 영감을 제공해주는 경우도 많다.

 

앞으로의 과제

계속해서 국제표준에 따른 경제학연구를 진행해 나감과 동시에 민족과 재일동포를 둘러싼 다양한 문제들에 관한 데이터 분석과 사회과학의 통찰을 통한 실증적 증거와 해결책을 제시해 나가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정체성과 비인지능력(지능이나 IQ로는 나타나기 어려운 행동적 특성을 뒷받침한 능력기반)은 민족교육을 성장시키는 중요한 능력임과 동시에 국제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는 연구화제입니다.

이러한 연구와 경제학에서 연마해 온 선대의 연구방법을 연결하면서 민족교육과 동포커뮤니티에 대해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연구를 전개해 나가고 싶습니다. 또 조선경제의 발전과 통일조국의 사회경제시스템 설계에 제언(提言)적 연구와 같이 광범위한 민족적 및 국제적 의의가 있는 연구프로젝트도 앞으로 진행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강명일1978년생경제학박사(오사카대학). 조선대학교 경영학부 준교수도쿄조선 제8초급학교(당시), 도쿄 조선중고급학교조선대학교 경영학부를 졸업한 후 조대연구원오사카대학 경제학 연구과일본학술진흥회 특별연구원 등을 거쳐 현직집필 논문은 「Time Discounting, present biases, and health-related behaviors: Evidence from Japan(Economics and Human Biology, 2016 



해당 글은 <月間イオ>(월간이어) 2019년 11월 호의 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몽당연필 번역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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