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당연필 소식
2021 몽당연필 장학생 수필
본문
몽당연필에서는 2020년부터 한국에 유학중인 재일동포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학사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재일동포 유학생들이 조국을 배우고 경험할 수 있도록 경제적 어려움을 덜고, 장기적으로는 재일동포 및 조선학교의 인권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인재를 육성하는데 그 취지가 있습니다.
2021년 장학생으로 선발되었던 학생의 수필을 공유합니다.
[참고글] 2021 장학생 모집 공고
재일동포로서 한국에서 생활하며 느낀 점
추00
이제 한국에 온 지 3년이 지나려고 한다. 한국으로 유학을 온 것은 3년 전 봄, 2019년 4월이었다. 나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계속 일본학교를 다녀 조선학교에서 민족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그래서 한국말도, 한반도의 역사에 대해서도 제대로 배워 본 적이 없었다. 자신이 일본사람이 아닌,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은 인지하긴 했었으나 일본학교에서도 통명을 사용했기 때문에 솔직히 한국에 오기 전까지는 자신이 재일동포라는 것에 대해 크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고, 생각할 기회도 없었다.
그런 내가 자신의 뿌리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어 한국 유학을 마음먹게 된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나는 고등학교에서 국제학과를 다녔었기에 거기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친구들을 만났다. 혼혈인 친구, 어린 시절을 외국에서 살다 온 친구, 외국 국적을 가진 친구 등 다양한 생각을 가진 친구들과 함께 지내면서 자신의 뿌리에 대해 처음으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처음에는 인터넷으로만 찾아보았다. 조선사람이 어떻게 일본으로 오게 되었는지, 우리는 일본에서 어떤 존재인지, 물론 거기서 조선학교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나는 언니가 두 명, 오빠가 한 명이 있는데 나와 오빠만 일본학교를 다녔다. 언니들은 고등학교까지 조선학교를 다녔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한국말도 알고 있고 부모님도 마찬가지다. 그때까지는 그런 부모님이나 언니들을 보며 “외국어 할 줄 안다니 부럽다”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때 자신의 뿌리에 대해 찾아보면서 처음으로 한국말이 과연 나한테 외국어일까 라는 생각을 했다. 나도 한국에 대해 알고 싶다, 한반도의 역사를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 한국말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나는 누구인지, 나는 어떤 사람이며 어떤 존재인지, 알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한국에 오게 되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당시 나는 한국말을 거의 몰랐다. 할 수 있었던 것은 한글을 읽는 것과 간단한 인사뿐이었다. 그래서 어학당을 다니면서 인생 처음으로 제대로 한국어를 배웠는데 한국에서 생활을 하는 것은 역시 어려운 일이 많았다. 통명으로 살아온 나에게는 추00라는 본명을 쓰는 것조차 처음에는 많이 어색했고 주민등록증을 만드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한국 국적이지만 일본에서 태어나 자랐다고 설명하는 것도 충분히 할 수 없었고 주민센터 직원분과 소통이 잘 안되어 시간이 많이 걸렸다. 카페나 음식점을 가도 그랬다. 한국에서 외국인으로서 살고 있는 기분이었다. 물론 실제로는 나는 일본에서 외국인으로 살아왔고 한국에서는 외국인이 아닌 국민이 되는 것이 맞는데 한국말이 안되는 것만으로 나는 외국인이 된 기분이었다.
한국에 와서 반년 정도는 그것 때문에 많이 고민했다. 나는 어느 나라 사람일까, 왜 한국말이 이렇게 안될까, 자신을 자책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럴 때 나를 도와준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어학당에서 만난 선생님들이나 친구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만난 사람들이 생활하면서 어려움이 있으면 도와주었고 나를 이해해줬다. 나 자신의 고민에 대해서는 정답은 없고 앞으로도 계속 생각을 해야겠지만, 한국생활에 적응하면서 한국말도 많이 늘었고 내 정체성을 조금은 찾은 것 같다.
현재 나는 서강대학교 지식융합미디어학부 글로벌한국학과에 재학 중이다. 대학교는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되어 아직 학교를 다니지는 못했지만 친구도 생겨 알찬 나날을 보내고 있다. 대학교에서 만난 친구들 중에 재외국민도 많다. 나와 같은 배경을 가진 외국에서 살다 온 친구들을 만나 물론 기쁘기도 했지만, 동시에 내가 얼마나 한국 문화를 모르고 한국말이 안되는지 실감하기도 했다. 다른 재외국민 친구들은 외국에서 18년 살다 와도 자신이 한국사람이라는 정체성은 가지고 있었다. 나는 한국에 3년 살아도, 어느 정도 한국말을 할 줄 알아도 아직 당당하게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할 수 없다. 재외국민 친구들과 자신을 비교해버리곤 했다. 한국인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도 아직 일본어를 할 때처럼 한국어가 유창하지 않아 답답하기도 한다. 앞으로도 한국어 공부를 부지런히 계속하며 자신감이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한다.
나의 전공을 간단하게 말하자면 외국에서 본 한국, 한국 내에서 보는 한국에 대한 공부이다. 대학교에서 한국의 역사, 문화, 언어 등을 글로벌한 측면에서 배울 수 있어 앞으로의 배움에 기대가 된다. 몽당연필의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재일 동포에 대한 지식을 쌓아가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에서 우리 재일동포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도 우리를 인식할 수 있도록 힘쓰고 싶다. 또한 내가 몽당연필을 만나 받은 좋은 영향들이 일본 및 한국에 있는 모든 동포들도 얻을 수 있게 앞으로도 몽당연필과 같이 걸어갈 수 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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