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무상화란?
고교 수업료 무상화 정책에서 조선학교 제외와 소송 투쟁

2010년 4월, 일본의 고등학생들은 외국인학교를 막론하고 모두 ‘고등학교 수업료 무상화’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 발생에서부터 모든 평등에서 제외되어 온 조선학교는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조선학교’만 유일하게 이 제도에서 제외된 것입니다. 2002년 9월 일본을 떠들썩하게 했던 ‘납치문제’가 빌미가 되었습니다. 민주당 정권에서 천명했던 본 법안의 취지 ‘정치적 외교적 고려없이 모든 고등학생에게 평등한 교육기회를 보장한다.’ 는 말은 온데간데 없었습니다.
민주당 내각에서는 차마 ‘제외’를 결정하지 못하고 ‘심사대상’으로만 유지했다가 아베 2차 내각이 들어선 2013년 초, 일본은 ‘법령’까지 뜯어고치며 조선학교를 법적으로 제외시켜 버렸습니다. 그 사이에도 동포들은 UN 각종 심사가 열리는 제네바에서의 어머니들 연좌농성, 각종 항의 집회, 거리 선전을 벌이며 여론에 호소해 왔습니다. 양심적인 일본의 시민세력도 함께 연대했습니다. 한국에서도 몽당연필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연대했습니다. UN 사회권규약위원회, 인종차별철폐위원회 등에서도 해마다 일본정부에게 시정권고를 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결국 학생들이 일어섰습니다. 2013년 아베 내각의 ‘법적제외’가 발표되자 아이치, 오사카, 히로시마, 후쿠오카, 도쿄의 조선고급생 249명이 원고가 되어 일본정부를 상대로 재판 투쟁에 돌입한 것입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어른들의 투쟁도 계속되었습니다. 매주 화요일 일본 오사카 부청 앞에서는 동포들, 일본인들의 항의시위가 6년째 진행되고 있고, 금요일은 금요행동이라는 이름으로 조선대학교 학생, 학부모, 일본인들의 항의 집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연대의 의미로 한국에서도 2014년 여성, 종교, 시민단체가 연합해 결성한 ‘우리학교와 아이들을 지키는 시민모임’ 주도로 일본대사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몽당연필 또한 거리로 나가 조선학교 차별을 알리는 캠페인을 진행하거나 재판비용은 고향인 우리가 마련하자는 운동을 전개했습니다.
2017년 7월 19일 마침내 히로시마에서 고교무상화 재판 1심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결과는 학생 측의 패소. 9월에 도쿄에서 열린 재판에서도 패소했습니다. 2018년 4월 27일 아이치 패소. 그러나 동포들에게 한 가닥의 희망을 주었던 7월 28일의 오사카 승소 소식은 민족교육 역사상 쾌거라고 불리울 빛나는 승리였습니다. 그러나 희망은 잠시, 2018년 9월 27일 오사카 고등재판소가 원고의 승소를 기각하고 다시금 일본정부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저는 오사카를 참 좋아합니다. 오늘의 판결은 이제야 겨우 제가 이 땅에 살아도 좋다고 인정받는 기분이었습니다.” (오사카 1심 승소 보고대회에서 오사카조고 학생의 소감발표에서)
십 몇 년 전 오사카 조고 배구부 주장 조일순 씨가 후배들에게는 물려주고 싶지 않다던 그 ‘상처’. 그녀는 어머니가 되어 여전한 차별과 배제, 증오가 가득한 세상을 어떤 심정으로 살고 있을까요? 같은 마음으로 후배들을 위해 차디 찬 법정에 선 학생들. 이제 사회인이 되어 어쩌면 이 재판의 변호인이 되었을지도 모를 그들이 후배들에게 어떤 마음일까요? 세대와 세대를 이어 전해지는 재일조선인의 민족교육 사수를 위한 몸부림과 역시 세대와 세대를 이어 계속되는 일본의 조선사람에 대한 증오가 부딪히는 그 극점에서 ‘고교무상화 재판투쟁’은 읽혀야 합니다. 그 첨예한 지점에 조선학생들이 온 몸으로 나섰습니다. 남과 북이 만나 ‘종전’과 ‘평화’를 논하는 이 시대에 아직 일본 땅에서는 ‘강점기’가 끝나지 않은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