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장학생 에세이] 한국에서 재일동포로 산다는 것 (황0)

2025-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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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재일동포로 산다는 것

나는 일본에서 조선학교를 다니며 나는누구인가?라는질문을 수없이 던져왔다.
일본 사회 속에서 나는 일본인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한국에 사는 한국인도 아니었다. 나는 언제나 그 사이에 서 있는, 사이의 존재였다.
어느 날엔 한국사람으로, 또 어느 날엔 조선사람으로, 그사이에서 내 정체성은 늘 흔들렸다. 그럼에도 조선학교에서 자라며 쌓은 우리 사람이라는 인식은 내 안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었다. 이러한 나에게 한국 유학은 단순히 학문을 배우기 위한 기회가 아니었다. 나의뿌리와 연관된 이 땅에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다시 확인하고,
조선사람이자 Korean으로서 당당히 살아가기 위한 도전이었다.

하지만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나는 많은 불안을 안고 있었다.
조선학교 출신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친구들에게 이야기해야 할지, 내 억양이나 문화적 습관이어색하게 보이지 않을지 걱정이 앞섰다. 어느 강의에서는 교수님께서 이 강의에는 외국인 학생도 함께 수업을 듣고 있다고 나를 소개하셨다.
그 말에는 배려의 뜻이 담겨 있는 걸 이해는 했으나, 그 순간 나는 마음 한켠에서 설명하기어려운 외로움과 박탈감을 느꼈다. 조선학교에서 우리말을 배우고 우리 문화를 지켜온 나에게 한국 사회에서외국인으로 불리는 일은 내 삶의 일부분이 부정당하는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 후 나는 점점 말을 아끼게 되었다.
혹시 외국인처럼 들릴까 봐, 혹시 다르게 보일까 봐 걱정하며 한국인인 척, 현지인인 척하며 지내려 했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내 마음은더욱 답답해지고, 진짜 나 자신을 잃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전환점은 어느 날 친구의 집을 방문했을 때 찾아왔다.
용기를 내어 조선학교를 다녔다는 사실을 친구의 부모님께 말씀드렸다. 처음에는 어색한 분위기가될까 걱정했지만, 예상과 달리 그분들은 재일교포 4세인데 우리말을이렇게 잘하네, 정말 자랑스럽다며 따뜻하게 맞아주셨다. 그리고는이야기를 하는 과정에 친구 아버님께서 재일교포인 너희들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많고 크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집에서의 짧은 이간이었지만 나는 처음으로 한국 사회 속에서 있는그대로의 나로받아들여지는 경험을 했으며 내 마음속에는 커다란 위로와 용기가 피어올랐다.

그날 이후 나는 더 이상 내 배경을 숨기지 않았다. 한국의 친구들과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들은 나를 외국인이 아닌 같은 민족의 사람으로 대해주었다. 그때부터나는 억지로 한국인이라는 페르소나를 쓰는 대신, 재일교포로서의 나 자신을 당당히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 변화는 인간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한국인 친구들뿐 아니라 일본인 친구들과도 관계가 깊어졌으며, 태권도를 통한 이문화 체험을일본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거나 다른 대학 학생과의 조일 교류 등 다양한 경험과 역할을 선배나 친구들이 마련해주었다. 나는 내가 두세계를 잇는 다리라는사실을 새삼스레 간직했으며 우리가 공유하는 언어와 문화는 단순한 의사소통의 도구가 아니라 정체성을 연결하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끈임을 몸소느꼈다.

한국에서 만난 친구들과 선배들의 포용과 공감은 내가 나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않게 만들었고, 오히려 재일교포로서 살아온 나의 삶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했다. 한국에서의유학 생활은 나에게 재일동포로산다는 것의의미를 새롭게 가르쳐 주었다. 한국에서 재일동포로 산다는 것은 경계에 선 존재로서의 외로움에 머무는것이 아니라, 두 문화를 이해하고 연결하며, 서로를 잇는다리로 살아가는 것이다. 나는 앞으로도 재일교포로서, 그리고우리 사람으로서 두 사회를 연결하고 서로의 이해를 넓히는 가능성으로서 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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