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형 사무국장 퇴사인사 “우연한 만남이 6년이 되기까지”

2025-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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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지형입니다.

제가 몽당연필을처음 만난 건 2018년 거리행동에서였어요. 조선학교 럭비부의이야기를 다룬 영화 ‘60만번의 트라이를 보고, 조선학교를 더 알고 싶어졌고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거리행동에 놀러 갔습니다.사실 그 때는 몽당연필이 정확히 어떤 단체인지도 모른 채 회원가입을 했어요.

몽당연필은 올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고, 학교에서는 채워지지 않던 허전한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곳이었습니다. 대학생인저에게 이곳은 좋은 사람들과 허물없이 통일과 사회문제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었어요. 그러던중, 대학을 졸업할 무렵 사무국에서 사람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어리버리하게 상근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급한 일을 도와드린다는 생각으로 길게일할 생각은 없었어요. 24살에 처음 몽당연필을 만났는데, 어느덧올해 제가 벌써 30살이 되었네요!

제가 생각보다오래 일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학교와 동포들의 덕입니다. 일본에서 조선학교와 재일동포들을 만나고 한국에돌아오면, 온통 머릿속은 그 경험으로 가득차서 마음이 일렁였어요.

뒤풀이 자리에서는지형언니-“하고 부르는 모습이 애교 많고 케이팝을 좋아하는흔한 대학생 같았는데, 다음날 학교에서 연필 제대로 쥐세요! 글씨를 곱게 쓰세요!” 웃음기 하나 없이 아이들을 엄하게 가르치는선생님. 가스비 부담으로 학교 전체가 냉랭했지만 라디에이터로 우리가 있는 방만은 훈훈하게 데워주던 정성. 자꾸 택시비라도 보태주겠다며 얼마씩 쥐어주는 동포 아저씨들. 한국에서온 손님을 맞아주는 호기심 어린 학생들의 반짝이는 눈빛.

손해와 이익만을따지는 세상에서 영 떨어진 섬처럼 조선학교는 사람들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면서도 지켜내려는 사랑이 넘치는 곳이었습니다.

동포들을 만나고돌아오면 얼마나 좋았던지. ‘학생들이 한국에 올 수 있다면 좋겠다. 우리회원 누구는 꼭 동포 누구를 만나봤으면 좋겠다하는 생각들이 줄줄이 소시지처럼 떠올랐지요. 이런 행복한 상상을 일로 할 수 있다니 책임이 막중했습니다. 그런데일은 책임감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마음만 앞서다 보니 서툴고 부족한 점이 많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곁에서 챙겨주고 이해해 주신 회원분들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몽당연필의 매력은개미지옥 같아요. 평범한 사람들이 모였지만, 그 힘은 비범합니다. 고작 4명의 상근활동가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을 회원들과 함께해내는 단체입니다. 저는 운이 좋게 그 속에서 많은 배려를 받으며 감사한 마음으로 활동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총회를 끝으로몽당연필에서의 상근 활동을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몽당연필에서 보낸 시간들은 제게 선물 같은 순간들이었고,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그배움을 안고 새로운 성장의 길을 도전하려 합니다.

몽당연필의 활동가로지낸 시간은 언제나 제 자랑입니다. 몽당연필은 한국사회가 외면했던 조선학교와 재일동포들을 연민이 아닌이해와 존경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시민들과 함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는 곳입니다. 아직 우리의 힘이 미약할지라도,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즐겁고신나게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마침내는 승리하겠지요.

조선학교 학생들이경제적, 사회적 차별없이 맘껏 배우고, 한국 사회가 편견없이조선학교와 재일동포를 만날 수 있도록 몽당연필이 해야 할 일은 여전히 많습니다. 사무국 식구들이 늘바쁘고, 때로는 지치기도 하지만, 회원님들께서 함께 힘을보태고 응원해주신다면 훨씬 더 힘차게 나아갈 수 있을 거라 믿어요.

비록 상근 활동은마무리하지만, 저는 앞으로도 회원으로서 제 역할을 찾아가며 몽당연필과 함께하겠습니다. 그동안 응원해주시고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몽당연필 계속해서 아끼고 지지해 주세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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