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생들의 해맑은 미소 뒤에는 학교를 지탱하기 위한 뼈를 깎는 재정적 고충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지자체의 보조금 지급 중단과 코로나 팬데믹 등으로 인한 기부금 감소가 겹치며 학교 재정은 매년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학교 시설의 노후화도 심각하여, 2021년에는 비가 새는 체육관과 교사의 지붕을 수리하고 각 교실에 에어컨을 설치하기 위해 처음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습니다. 수많은 국내외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목표를 달성하며 급한 불을 껐으나, 안정적인 학교 운영을 위해서는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에 학교 측은 동포들과 연대하는 시민 단체('조선학교를 지원하는 야마구치현 네트워크')와 힘을 합쳐 월 500엔부터 시작하는 '상설 정기 후원 프로젝트(READYFOR)'를 열고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조선학교의 숨통을 가장 심하게 조이는 것은 행정 당국이 자행하는 조직적인 차별입니다. 2010년부터 시행된 '고교 무상화' 제도에서 일본 정부는 조선학교만을 대상에서 배제했습니다.
이러한 배제 움직임에 편승하여, 야마구치(山口)현 역시 1995년부터 학생 1인당 연간 5만 엔씩 지급해 오던 '사립 외국인 학교 특별 보조금'을 2013년도 예산부터 전면 정지해 버렸습니다. 야마구치(山口)현 당국은 보조금 지급 중단의 이유로 ①고교 무상화 대상에서 조선학교를 제외한 국가의 방침 ②타 지자체의 보조금 중단 동향 ③북한의 여러 행동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종합할 때 "현민의 이해를 얻을 수 없다"는 논리를 대고 있습니다.
차별은 보조금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최근 시행된 유보 무상화(유아교육·보육 무상화) 정책에서도 조선학교 유치반은 제외되었으며, 심지어는 학교에서 교내 마라톤 대회를 열 때 적용받던 '도로 사용료 감면 혜택'조차 배제되는 등 노골적인 차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분노한 학부모와 학교 관계자, 일본인 지원 단체들은 매월 현청 앞에서 보조금 부활과 차별 시정을 촉구하는 시위와 요망서 제출을 10년 넘게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2023년 4월 일본에서 새롭게 시행된 '어린이 기본법(こども基本法)' 제3조(모든 아동의 차별받지 않을 권리 보장)와 제5조(지자체의 책무)를 근거로, 외교적·정치적 핑계로 아이들의 교육권을 박탈하는 보조금 삭감 행위는 명백한 위법이자 모순이라고 강하게 규탄하고 있습니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 역시 5회에 걸쳐 조선학교에 대한 지자체의 보조금 동결 조치를 시정하라고 명확히 권고한 바 있습니다.

야마구치(山口) 조선초중급학교는 일제강점기 시절 강제 동원과 이주의 아픈 역사가 서린 시모노세키(下関) 땅에서 차별과 억압에 굴하지 않고 민족의 얼을 지켜온 소중한 요람입니다. 아이들의 배움과 미소는 어떠한 정치적, 외교적 이유로도 침해받아서는 안 됩니다. "모든 어린이는 차별받지 않는다"는 법의 기본 이념이 지켜질 수 있도록, 행정 당국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와 시민들의 따뜻한 연대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합니다.